심리와 감정 이야기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는 착각, 관계를 멀어지게 한다"

storyforyourlife 2025. 5. 9. 21:00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 단 한 문장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멀어지는 가장 조용한 시작이 됩니다. 가족, 친구, 연인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우리는 때때로 말보다 '마음'을 우선시하고, 오해를 소통보다 빠르게 선택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마음을 읽는 기계가 아닙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면 상처는 쌓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감정을 유추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유추는 늘 정확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기 경험과 감정의 필터를 덧씌워 왜곡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피곤한 날에는 상대의 무표정이 ‘무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은 맥락과 해석에 따라 달라지며, 결국 '말' 없이 추측하는 소통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마음 읽기의 오류'(mind-reading fallacy)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때로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감정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 상처받기도 하고 불필요한 거리두기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관계를 더욱 왜곡시키고, 감정의 고립을 불러옵니다.

관계는 의도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단단해집니다. 단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서로의 속마음을 얼마나 공유하느냐가 그 관계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말하지 않고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기대하는 순간, 그 관계는 일방적 오해의 그물에 갇히기 시작합니다.


상대에게 감정을 전달하지 않고 참기만 하는 것은, 일시적인 평화를 선택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마음의 균열을 키우는 일입니다. 오히려 작은 감정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쌓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첫째, '비난'보다는 '나'의 감정을 중심으로 말해야 합니다.
예: “넌 왜 항상 그런 식이야”가 아닌 “나는 그럴 때 조금 서운해”라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감정의 주어를 ‘상대’가 아닌 ‘나’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말의 공격성은 줄어들고, 상대는 방어 대신 이해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둘째,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오히려 대화가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감정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침묵이 이어질수록 오해는 깊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기대는 강하게 작용하지만, 바로 그 기대가 갈등의 출발점이 됩니다. 진심을 전하는 일은 언제나 상대를 위하는 행위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라는 다리가 놓여야 비로소 건널 수 있습니다. 그 다리를 스스로 걷지 않고 서 있기만 한다면, 결국 마음은 멀어지고 맙니다. 표현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의무에 가깝습니다.
지금,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말이 있다면 조용히 꺼내보십시오. 그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