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합니다. 큰 결정이든, 사소한 일이든 선택이란 늘 따라다니는 숙명입니다. 그리고 선택에는 종종 '후회'가 따릅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다르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후회를 반복하면서도 다시 같은 실수를 하곤 한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은 이 반복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후회(regret)'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심리학자들은 후회를 '대안적 현실(alternative reality)'에 대한 인지적 반응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곧 '이랬다면 더 나았을 텐데'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다는 뜻입니다. 후회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할 때, 상상 속 더 나은 결과를 떠올리며 발생합니다.
놀랍게도 후회는 인간의 진화에 있어 중요한 생존 도구였습니다. 과거의 실수를 되새기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미래 행동을 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후회를 통해 위험을 줄이고,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뇌의 '자기 피드백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후회를 반복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를까요? 이유는 '감정의 기억'과 '인지적 습관'의 간극 때문입니다. 인간은 감정을 생생히 기억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감정보다 '행동의 틀'을 더 쉽게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충동 구매로 후회했던 사람이 다음에도 비슷한 구매를 하는 이유는 감정보다 '습관적 선택 경로'가 더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은 후회를 피하려는 성향 때문에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후회 회피 편향(regret aversion)'이라 불리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예컨대, 원래 사고 싶던 것을 포기하고 무난한 것을 선택했을 때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그래도 나중에 후회는 안 하겠지'라고 위안하는 방식입니다.
심리학에서는 후회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행동적 후회', 다른 하나는 '비행동적 후회'입니다. 행동적 후회는 어떤 선택을 한 결과로 발생하고, 비행동적 후회는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단기적으로는 행동적 후회가 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행동적 후회가 더 오래 남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왜 우리가 '도전하지 않은 것'이나 '고백하지 않은 사랑'을 오랫동안 후회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시간이 지나고 결과가 희미해질수록, 실제보다 '하지 않은 일의 가능성'이 이상적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후회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후회를 '피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려는 자세'입니다. 후회를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면 죄책감과 자기비난으로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정보로 보고, 어떤 맥락에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냉정히 분석하면 교훈이 됩니다.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관점을 갖는 것도 유익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당시의 정보와 감정, 환경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그 선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결국 후회는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감정입니다. 완벽한 선택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후회는 우리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중요한 것은 '후회를 덜하는 인생'이 아니라, '후회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삶'입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혹시 마음 한켠에 자리한 작은 후회가 있다면 그것을 탓하기보다는, 내일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나침반으로 삼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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