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와 감정 이야기

'나는 왜 내 감정을 잘 모를까?' 감정 인식의 심리학

storyforyourlife 2025. 5. 19. 13:30

감정은 존재하지만 인식되지 않는다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어요.”
한마디는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심리적 혼란을 보여줍니다.
울컥 올라오는 불편한 기분은 있지만, 그것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혹은 ‘불안’인지조차 명확히 말할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할까요?

감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몸이 반응하고, 생각이 어지럽고, 말수가 줄어들며,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언어와 인식이 감정을 따라가지 못할 때,
감정은 '불분명한 불쾌감'으로만 남아버립니다.


감정 인식 능력, 알렉시티미아

이런 감정 인식의 어려움은 심리학적으로 '알렉시티미아(alexithymia)'라고 부릅니다.
직역하면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로, 단순한 무감정과는 다릅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지만 말하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알렉시티미아는 특정한 병리라기보다 개인차로 이해되며,
우울증이나 외상 경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감정 표현을 억압당했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내면 상태를 말로 풀어내는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언어화하지 못할까?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한 말솜씨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뇌의 ‘자기 인식 체계’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해석하는 '번째 인식'필요합니다.

그러나 반복적인 감정 억압, '울면 약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낙인,
혹은 감정을 드러내면 손해 본다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감정의 '해석 회로'제대로 발달시키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만 스스로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감정을 아는 사람이 건강하다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인식할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답답하고, 외롭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식으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말로 표현할 있다면
감정에 끌려가는 대신 스스로의 주인이 있습니다.

감정을 명명하는 것은 통제하는 것이며,
이는 심리학적으로 '감정 명명 효과(Affect Labeling)'라고 부릅니다.
놀랍게도 단지 감정의 이름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불안 반응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합니다.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은 크게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있습니다.
첫째, 감정을 느꼈을 무작정 참거나 흘려보내지 않고,
지금 어떤 느낌이 드는가’조용히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나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졌을까?’자문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첫걸음이 됩니다.

둘째, 일기나 감정노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오늘 있었던 인상 깊었던 사건과, 그때 느낀 감정’기록하면서
점차 자신의 감정 패턴을 파악하게 됩니다.
처음엔 단어가 막연할 있지만, 자주 쓰다 보면 자신만의 정서 언어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감정과 친해지는 법, 그것이 나를 아는

감정을 인식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분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 됩니다.
무엇에 화가 나는지, 언제 슬퍼지는지, 어떤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는지를 아는 사람은
자신을 돌볼 있고, 타인의 감정에도 섬세하게 반응할 있습니다.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감정 지능의 시작입니다.